백두가 죽었다.
4월 15일생이니 두 달 반 동안의 짧은 생이었다.
백두는 선천적으로 왼쪽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.
카니발리즘이 성행할 때 항문 찍힌 병아리와 함께 생활한 적이 있는데,
환자 병아리의 상처에서 나온 흰 액체가 백두의 머리털에 묻어 온통 하얘졌다.
그래서 백두白頭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.
백두는 오른쪽 무릎도 온전치 않아서 균형을 잡고 제대로 앉을 수도,
설 수도 없는 몹시 위중한 장애아였다.
밥을 먹을 때는 철망으로 쳐진 벽에 왼쪽 뻗정다리를 얹고
오른쪽 다리로 힘겹게 균형을 잡고 선 후에야 겨우 한 입 먹을 수 있었다.
이내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지면 한참동안 바닥에 코를 쳐박고 잠자듯이
있다가 기운을 차리면 같은 방법으로 다시 한 입, 한 입 사료를 먹어야 했다.
물은 누군가 먹여줘야만 마실 수 있었다.
혹시 깜박 잊어버리거나 다른 일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으면
대추만 한 머리통을 물통 깊숙이 담그고 원망하듯 물을 들이켰다.
그럴 적마다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지곤 했다.
엊저녁 물을 먹이는데 칼날처럼 예리하게 돌출된 가슴팍이 만져졌다.
온몸에 살이라곤 한 점도 붙어 있지 않았다.
백두는 어제도 물통 속에 머리를 박고 한참동안 물을 마셨다.
마지막인 줄 알았더라면... ㅠ.ㅠ

두 다리 모두 무릎이 굽혀지지 않는 중증 장애아 만기.
만기는 배를 움직여 좌우로만 조금씩 이동할 수 있는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.
온종일 사료그릇 안에서 엎친 채 생활한다.
시간 맞춰 물을 먹여줘야 한다.

깽깽이 걸음으로 몇 걸음 뛰다가 다리가 아프면
야구 주자 도루하듯 슬라이딩을 하며 바닥에 엎어져버리는 버릇이 있어서
도루라는 이름을 얻었다. 이 녀석도 극심한 영양실조로 건강상태가
매우 좋지 않다.

쪼막이
뻗정다리에 발가락이 조막손처럼 오그라져서 펴지지 않는 장애를 가졌다.
할방
잘 생기고 늠름한 종계였는데 그만 무릎뼈가 썩어들어가는 병에 걸리고
말았다. 저렇게 옆으로 누워 생활한다.
병아리의 장애는 선천적으로 유전자에 문제가 있거나
부화할 때 온도.습도가 맞지 않을 경우 발생한다.
십 오년 가까이 닭을 키워왔지만 어미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를 깔 때
장애아가 태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.
부화기도 사람이 만들고, 부화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
병아리의 장애는 부화기의 불완전함과 인간의 실수에 기인한 인재라고
말해도 지나치지 않다.
올해 태어난 병아리 1,800여 마리 중 장애아는 모두 50마리였다.
현재 48마리 살아 있는데 그 중 5마리는 스스로 생존활동을 하기 어려운
중증 장애아다.
어떤 이는 병아리도 고생, 사람도 고생인데 차라리 도태를 시키는 게 낫지
않느냐고 말하기도 한다. 내 대답은 이렇다.
이 세상에 그저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.
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성을 가진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