지난 달 27일 슬로푸드 생명다양성위원회 등 28개 공동체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.
이와 함께 다음아고라에서는 연산오계 살처분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. 2월 3일 현재 1,200여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해 주셨습니다. 참 고맙습니다.
우리나라에서 AI가 발생한 게 올해로 다섯 번째이지만 제게는 네 번째로 기억되는 '난리 부르스'입니다. 2003년에는 AI라는 질병을 처음 겪어 봐서인지 정부가 이렇게 요란을 떨지도 않았고, 언론들도 침착했습니다.
지금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H5N8 바이러스가 아니라 정부의 살처분 엄포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지역이기주의입니다. 충남도에서는 위험지역 내 AI가 발생하면 타 지역으로 천연기념물인 연산오계 씨닭들을 옮긴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는데 AI가 이미 전국으로 퍼진 상태에서 안전한 곳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해당 지자체에서 받아줄 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. 실제로 2010년 경북의 모처로 피난을 가다가 지역 농민들의 격렬한 항의로 되돌아온 경험이 있습니다.
우포늪에서 특별 보호되고 있는 따오기와 최근 복원에 성공한 황새 등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조류와 어렵게 복원한 문화재급 토종닭 종계들도 농식품부의 무조건 살처분 정책 때문에 또 다시 멸종위기를 맞고 있습니다. 'AI 조기종식을 위해서', '다른 농가와의 형평성 때문에'라는 농식품부의 행정편의주의적 사고가 어처구니없을 따름입니다. 이들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우리의 자연유산입니다.
멸종된 종을 복원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, 비용이 듭니다. 모두 피같은 국민세금입니다.
AI를 하루 빨리 종식시키려 애쓰는 농식품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바 아니지만, 무엇이 공익에 더 부합하는 지 상식적으로 판단해 주시기를 간절히 촉구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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